NOVEL DAY
이은규「다정한 호칭」시의 속도 본문
시는 고유한 속도를 가지고 있다. 시를 쓰는 시인마다 그 속도는 다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인 점은 시는 여느 글보다 느린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부분 만큼은 시가 나와 잘 맞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를 만나면 때로는 시간이 시에게 홀려 멈춰버린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은규 시인의 시는, 때때로 어려운 문장 때문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밥 먹다 자꾸만 콩이 씹히는 기분이랄까. 문득 시인의 나이가 궁금해져 찾아 보았더니 나와는 별로 나이 차도 안 났다. 역시 글과 사람은 나이와는 별개인 듯하다.
시인에게 글쓰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좀 멍청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독자로서 한 마디 보태자면 좀 쉽게 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문장이 어려운 것과 단어가 어려운 것은 좀 다르다. 말하고 보니 그냥 좀 더 쉬운 시집을 찾아 읽는 게 더 빠르겠다. 시인은 자신의 고유한 색을 찾아 쓰는 걸 테니.
화장실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시집을 꺼내 들던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대에 동떨어진 시집 한 권을 읽다가 문득 '이런 글을 왜 읽어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에 흥미를 잃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러다 다시 손에 쥔 시집이 이은규 시집 '다정한 호칭'이었다.
더듬더듬 이은규 시집을 읽어가고 있다. 시인 대부분 훌륭한 분들일 테지만 그런 생각은 좀 든다. 보통 사람들이 다가갈 여지가 있는 시. 되도록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가 좋다, 라는 생각. 아마도 내가 보통 사람이라 그럴 테다. 그래도 시집에서 이따금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