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DAY
셰익스피어「오셀로」한순간 무너지는 공든 탑 본문
극작품인지도 모르고 읽은 피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를 제외하면, 극작품은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희곡이 좀 별로였는데, 웬일인지 오셀로는 괜찮았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극작품을 좀 읽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남성성 혹은 여성성이 그리 뚜렷하지 않은 시대라서 남성성=단순함, 여성성=섬세함과 같은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오셀로가 씌어진 시대는 이런 공식이 충분히 통용되는 것처럼 보였다. 주인공 오셀로는 단순 그 자체다. 재미있는 점은 그런 그도 키프로스 해변에서 데스데모나를 예찬하는 장면에서는 시인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 이렇게 섬세한 남자가 어째서 진실을 보는 눈이 그다지도 쉽게 흐려졌는지 의아했지만, 질투라는 감정이 본래 그런 것 아니겠나. 물론 아야고라는 불가해한 캐릭터의 변수가 컸지만.
극작품을 소설과 비교해 보면 서사는 거의 없고, 독백과 대화가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그래서 스토리의 진행이 간결하며 속도감 있다. 간혹 낯간지러운 대사를 치는 등장인물들, 빈번하게 나오는 "오!" 나 "아!" 와 같은 감탄사. 이런 것이 극작품의 매력일까. 오셀로에서는 작품 자체보다 해설을 읽으며 더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분명 작품은 설렁설렁 읽으며 지나간 기억인데, 복잡한 해설을 읽으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어려운 단어도 훨씬 더 많았고.
언제부터인지 머릿속에 어려운 단어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 같다. 처음에는 좀 짜증도 났다가 며칠 뒤에 다시금 해설을 읽으니 그제야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설에 따르면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오셀로, 데스데모나는 탈 이분법적 사고를 가졌다. 어쩌다 사고가 전혀 다른, 양극에 위치한 둘이 사랑에 빠졌을까. 내 나름의 생각으로는 남자는 좀 단순한 편이고, 여자는 대체로 남자보다 지혜롭지만 남자를 제대로 보는 눈 만큼은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라는 오셀로는 비극적이지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사랑과 명예를 모두 가졌던 오셀로의 타락을 통해서. 어렵사리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굉장히 단순하게 읽었던 극작품이 해설을 읽고 나서는 이렇게 복잡하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지금도 사랑이니 뭐니 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껏 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든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