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DAY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 작가의 장편 소설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의 글을 보면 역사적 사건과 함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개구리도 그런 소설 중 하나였다.중국의 인구 억제 정책으로 인해 고통 받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중심이 되는 인물은 화자의 고모로 억제 정책의 일선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좀 지루할뻔 해서 중간에 읽다 그만두려 했으나, 몇 장 읽다 보니 그래도 흥미가 생겼다. 내용보다는 작가의 필력에. 작가의 차분한 문체는 천천히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독특한 방식으로 쓰인 소설인데, 대체로 편지 형식의 구성에 막판에는 극작품이 딸려 있다. 개구리'는 궁극적으로 생명의 고귀함을 말하고 있다. 계획생육'이라 불리는 중국의 인구 억제 정책 시행 과정에서 인권이 바닥..
많이 웃었다.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서 웃었는데, 질투와 동경하는 마음도 느꼈다. 소설을 쓰는 관점에서 글을 시작하고 싶다. 처음 습작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쯤 되었다. 처음에는 글을 쓰며 즐거운 적도 많았는데, 어느 순간 미간을 찌푸리고 스트레스만 받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최근 들어서는 쳐다 보기도 싫을 정도였다. 이건 아니다 싶어 소설을 미루고 일단 돈을 벌기 시작했고, 소설은 쓰고 싶은 마음이 되었을 때 쓰기로 마음먹었다. 회색인간을 읽다 보니, 글을 쓰는 작가의 표정이 저절로 떠올랐다. 인상 쓴 나와는 다르게 설렘 가득한 웃는 얼굴이었다. 문득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유튜브에서 인터뷰를 찾아 보기도 했다. 그는, 수줍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김동식 작가는 자신이 쓸 ..
닮고 싶은 캐릭터가 나오면 스토리에 상관없이 쭉 보게 되는 것 같다. '노라가미'는 울적한 마음이 들 때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현대인에게는 즐거움이 필요하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주인공 야토의 유쾌함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돈 5엔에 청소부터 해서 온갖 궂은 일도 마다 않는 괴짜 신. 주인공 야토는 어떤 이보다 사람답지만 그래도 엄연한 신이다. 어렵사리 모은 돈을 엉뚱한 곳에 다 써버리고도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인물. 물론 신이라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노라가미에서는 무시무시한 요괴들이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소설도 일본에는 따뜻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
앞서 본격 흡연 드라마라고 매드맨을 소개했었다. 드라마 초반부를 보고 스타일이 너무 좋아서 충동적으로 했던 포스팅이었다. 초반의 멋짐을 이어가지 못하는 드라마도 종종 있는데, 매드맨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드라마였다. 취향에 너무 잘 맞아 친구처럼 느껴질 정도로. 꿀꿀한 구석은 있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더 많은 작품이었다. 웬 잘생긴 신사 한 명이 등장해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냅킨에 메모한다. 냅킨의 메모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로망이 아니던가. 매드맨은 미국의 황금기를 재조명하는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측면도 곳곳에 드러난다. 주인공은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목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 매드맨은 한 남자의 광기를 그리고 있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년 남성의 양면성..
별 기대 없이 밥 먹으며 영화를 재생했다.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보통은 줄거리를 살펴 보고 영화를 보곤 하는데, 이 영화는 점심 메뉴 고르는 정도로 생각하며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시리즈 등과 함께 마블 코믹스 세계관에 속한 영화였다. 평소 마블 영화를 좋아해서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악역으로 마이클 키튼. 완전 좋아! 겁나 섹시한 이모...(보통 스파이더맨에서 이모는 할머니 캐릭터인데) 마블 코믹스의 영화는 전부 다 시리즈로 엮여 있다시피 되어 있어서 좀 못 만들었어도 재미있게 보는 편. 수십 편의 영화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은 크나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영화는 취향 저격이라 할 만큼 재미있기까지 했다. 행여 고민하고 ..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동화 같은 사랑. 그리고 지독한 현실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아, 말도 안 돼!" 말하고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구석도 있었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부분이 적절히 섞여 있다.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사내 성희롱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현실의 막막함을 드러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윤진아-서준희 강아지 커플! 주인공 간의 캐미도 빼놓을 수 없는데, 엄청난 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커플이 등장. 이제는 연상 연하 커플이 신기할 것도 없을 정도로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둘을 보면 왜 그런지 조금은 납득하게 된다. 사람대 사람. 과거 여자와 남자의 성역할에 선이 그어져 있을 때와는 상황이 좀 달라진 것이다. 사람은 나이와는 별개로 처한 환경에..
이번에는 햄릿. 극작품을 읽으며 새로운 습관 하나가 생겼다. 등장인물 페이지에 책날개 꽂기. 소설에서처럼 서서히 인물을 알아가는 과정이 부족해서 그런 듯하다. 몰입도 측면에서 보면 극작품은 단번에 읽는 것이 좋겠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화려한 무대를 떠올려 보자. 오셀로를 읽고 '극작품도 꽤 읽을 만한데?' 하는 생각이 들어 이참에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전부 읽어 볼 생각을 했는데, 바로 다음 책인 햄릿에서 주춤. 소설이 어떤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하면, 극작품은 많은 부분 생략된 것처럼 느껴졌다.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 보통 재미가 없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영화가 소설의 내용을 간추려야 해서 그런 부분도 있고, 소설에서 자신이 상상했던 이미지와 영화 간의 이..
뭔가 소설 같은 심오함을 담고 있는 미드.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안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시도한다. 시즌이 더해갈수록 그런 면이 부각되는 것을 느꼈다. 물론 변호사 미드답게 좀 정신없는 부분도 다수 존재한다. 시즌 5부터였나, 언뜻언뜻 유치함을 느끼며 '슈츠'와 멀어졌다. 원래 나라는 인간이 유치하게 생겨 먹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끊었다가 다시 보니 또 재미있다. 슈츠도 이제 시즌 7을 마쳤으니 중견 미드 반열에 오른 셈. 등장하는 캐릭터도 드라마와 함께 늙어가고, 나도 얼마간 늙었다. 이쯤 되면 재미는 물건너갔다고 해도 의리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재미있다. 보통 미드의 시즌이 1년마다 돌아온다고 하면 어느새 7년. 대학 언저리에서 맴돌던 주인공 마이크..
세트로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 중 한 권이다. 작가의 글을 좋아해서 오래 전 이 세트를 샀는데, 좀처럼 읽히지 않아서 놓아 두다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문득 젊음에 관하여 생각하게 만든 에세이집이었다. 어떤 책이든 도입부가 무척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이 책을 지금까지 미룬 이유와도 상관이 있는데, 첫 이야기부터 한국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힘든 시로코와 구로코 이야기가 나오는 바람에 책을 보류, 또 보류하게 되었던 기억이다. 팬심으로 마침내 읽기 시작하니 하루키 작가의 책답게 술술 잘 읽혔다. 하루키 작가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즐겨 들었다는 사실을 그의 팬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음악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궁금해서 찾아 본 음악도 있었다. 짐 모리슨의 Lif..
극작품인지도 모르고 읽은 피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를 제외하면, 극작품은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희곡이 좀 별로였는데, 웬일인지 오셀로는 괜찮았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극작품을 좀 읽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남성성 혹은 여성성이 그리 뚜렷하지 않은 시대라서 남성성=단순함, 여성성=섬세함과 같은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오셀로가 씌어진 시대는 이런 공식이 충분히 통용되는 것처럼 보였다. 주인공 오셀로는 단순 그 자체다. 재미있는 점은 그런 그도 키프로스 해변에서 데스데모나를 예찬하는 장면에서는 시인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 이렇게 섬세한 남자가 어째서 진실을 보는 눈이 그다지도 쉽게 흐려졌는지 의아했지만, 질투라는 감정이 본래 그런 것 아니겠나. 물론 아야고라는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