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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시간을 초월한 작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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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시간을 초월한 작가

소설가 부엉 2018. 6. 4. 20:56

비교적 최신작인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고, 얼마 전 그의 첫 소설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도 읽었다. 책을 덮고, 불현듯 든 생각이 있다. 젊은이들은 단지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 서투를 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좋은 글을 읽으면 거기서 사람이 보이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는 분명히 젊고 늙음을 초월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무라카미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소위 전문가가 말하는 '잘 쓴' 글은 널리고 널렸다. 저마다 잣대가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필자 자신이 고스란히 드러난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쉬운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래, 솔직하게 써 보자.' 하는 마음만 가지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글에 관한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것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작가의 초기작인 만큼 「노르웨이의 숲」이나 「해변의 카프카」 처럼 능숙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책도 얇다. 무라카미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아마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생각은 든다. 이 책이 마냥 재미없는 사람은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라는 생각.


보통 친한 사람들 끼리는 유머 코드가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무라카미 작가와 나는 그다지 유머를 공유하는 사이는 아닌 것 같다. 피식, 웃는 정도? 그럼에도 왜 이렇게까지 작가의 소설이 좋은지, 이렇다 할 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






독서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언제부터인지 중간에 무라카미 작가의 책을 꺼내 읽는다. 그의 책은 언제 읽어도 역시나 잘 읽힌다. 독서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작가 한 명쯤 찾아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작가의 다음 책도 이미 정해 놓았다. 일단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두어 권 있어서 그 뒤에 읽을 작정인데, 정 읽기 싫으면 또 작가의 책 뒤에 숨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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